코로나바이러스 PCR 검사를 통해 음성 판정을 받는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내가 위험 지역에 있었다 하더라도 PCR 음성이라면 난 코로나가 아니다! 라는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게 하는 것이다. 코호트 격리와 관련해서도 대부분의 논쟁은 여기서 출발한다. 내 가족은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왜 확진자와 같은 구역에 있어야 하는가? 인권침해이다!
사실 음성판정은 대부분의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이러스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시기는 제한적이고,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추후에 양성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밀접 접촉” 이라는 단어가 PCR 양성/음성 이라는 단어보다도 선행하는 것이다. 반대로, 코로나19 에 걸렸던 사람들이 퇴원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이 사람들은 퇴원해서도 PCR 결과에서는 양성이 나온다. 그러나 내 몸의 항체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전파력이 소실되어 있는 상태이므로, 이 때의 양성 결과 또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 즉, PCR 검사 양성/음성 이라는 것은 코로나19 환자와의 접촉 강도, 그리고 신체적 증상을 통해 어느 정도 걸러낸 환자군 (이것을 의사환자 – suspected case – 라고 한다) 에서 의미를 가지는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PCR 결과 양/음성 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해석하는 행위이고, 그렇기 때문에 의료인이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는 것이다. 이 결과 해석은 1년가까이 코로나19만 대응하면서 일한 나에게도 항상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음성 판정은 일종의 훈장 역할을 한다. 내 몸엔 코로나가 없다고 당당하게 외칠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된다. 이런 그릇된 믿음이 형성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하나를 꼽자면 전국민 검사 때문일 것이다. 검사를 확대한다고 해서, 정말 검사가 필요한 사람이 검사를 받는 것이 아니다. 정말 검사가 필요한 사람들은 오히려 양성판정이 미칠 본인 삶의 악영향 때문에 검사 자체를 꺼리고, 검사를 받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사 결과 양/음성이 본인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오히려 본인의 불안 해소가 삶의 가치에서 제일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두번 세번 검사를 받으면서 본인의 불안을 해소하다 보면, 이들은 본인과 본인 주변의 음성 판정을 훈장으로 생각하고,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들끼리 또 하나의 그룹을 형성한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렇게 만만한 질병이 아니라서, 이렇게 재형성된 그룹 안으로도 충분히 전파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그러면 이들은 또다시 검사를 받고, 불안을 해소하고… 무한 반복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백날 검사해봐야, 아까운 돈만 날릴 뿐이라는 의견은 전 국민 단위에서 보자면 소수 의견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여론조사를 해 보자면 압도적 다수의견이다.
검사는 검사일 뿐이다. 판단은 경험 있는 의료인이 하는 것이다. 의료인의 판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행정이 있는 것이지, 행정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의료인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선후관계를 자꾸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최근 내가 직장에서 상당히 큰 규모의 갈등을 경험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행정적 판단도, 정무적 판단도 모두 중요하지만 코로나19는 그렇게 만만한 질병이 아니다. 일반인들도, 행정을 하는 사람들도, 의료인들도 모두 겸손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익숙함이 안전을 보장해주지 않는다.